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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단양 280랠리 접수예정!
접수기간 : 2020. 5. 11 ~ 5. 31
대회기간 : 2020. 6. 27 ~ 6. 28
대회장소 : 단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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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접속자 : 56 (회원 0)
 
작성일 : 10-07-01 12:56
11회 정선 280랠리 후기 [공주MTB 박기운]
 글쓴이 : 사내가내
조회 : 3,612  
   http://cafe.daum.net/coolrunshop/Gl83/122 [1455]
사진이 많고 내용이 길어 링크합니다.

위에 있는 링크를 누르고 보세요.

<참고로 내용만 아래에 소개합니다>


280랠리 완주기


1. 나는 왜 280랠리에 참가하고 싶었나?

마음에 쌓인 찌꺼기를 씻어내듯 산에 오른 때가 있었다.
해야 할 일과, 하면 욕먹을 일들이 가득찬 현실,
때론 참아야 하고, 때론 숨겨야 하고, 때론 눈치봐야 하고, 때론 타협해야 하는 현실,
플러스와 마이너스 사이를 이리 재고 저리 재며 살아가는 이 구질구질한 현실에서
그저 TV와 축구만으로 삶의 공허함을 온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씻어낼 곳을 찾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30년간 山이 나에게는 일종의 화장실이었다!

나에게는 씻어낼 공간이 필요했고, 그것이 이제는 山에서 자전거로 바뀌었다.
자전거는 나로 하여금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게 해 주었다.
시간 날 때마다 주변의 산야(山野)를 누비며 마음껏 바람의 향기에 취하고, 숲과 들판의 향연을 즐길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언제나 자유를 꿈꾸었고, 그것은 대부분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는데,
자전거를 타는 순간만큼은 자전거가 곧 자유가 되어 주었다.
나는 자전거의 매력에 흠씬 젖어들고 말았다.

그런 나에게 카페에서 우연히 읽게 된 여울형님의 <280랠리 후기>는 너무나 매혹적인 것이었다. 아직 초보일 수밖에 없는 나에게 ‘산악 280Km 험로 라이딩’은 그 글을 읽는 순간부터 반드시 도전해야 하는 꿈이요 모험의 세계가 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꼭 나가잣!”


2. 참가 신청

“형님, 나 좀 데리고 나가 줘요. 참가하고 싶은데 2명 이상만 신청할 수 있데요. 같이 나갈 사람이 없어요.”
6월 2일 지방선거일, 여울형님과 공주대간 라이딩 중 점심을 먹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동반 라이딩을 부탁드렸다.
“내가 못 가더라도 반드시 참가할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는 말이 다소 위안이 된다.
6월 4일, 마냥 앉은 채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여러 MTB 동호회 카페에 “함께 280랠리에 참가할 분을 찾습니다.”라는 요상한 ‘구인 광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ㅡ.,ㅠ
그리고 드디어 6월 8일, 여울형님과 연이 닿는 대전의 조약돌(이규안)님으로부터 함께 참가하자는 연락이 왔고, 며칠 뒤, 소이농원(이강무)님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갔다 오자고 말씀드렸더니, 그렇잖아도 나가고 싶었지만 결심을 못했다면서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이신다.
그리고 또 며칠 뒤, 공주MTB의 신난다(이동환)님이 함께 갈 수 있겠느냐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총 4명의 선수(?)가 모아졌다. 조약돌님과 신난다님은 이미 완주 경력이 있는 구참자들이었고, 나와 소이농원님은 처녀 출전의 신참자들, 이 정도면 환상의 팀이닷! 신청도 못할 것 같아 안달했던 내 자신이 쬐금 부끄러워진다.


3. 준비 상황

일단 코스 개념도부터 만들었다. 다음 지도, 네이버 지도, 구글 어쓰, 각종 인터넷 검색 등을 참고해 코스 개념도를 만들었는데, 총 20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최종 코스 개념도를 봄비님이 운영하시는 <산소결핍> 카페에 올리고 조언을 구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nbsp;(11회 280랠리 구간별 시간 계획표를 짜보았습니다. 경험이 없어 지도 연구만으로 짠 계획표인지라 엉망일 줄 압니다. 고수님들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아래 주소를 누르시면 수정하고 있는 지도를 보실 수 있습니다. 새창에 지도가 뜨면, 지도의 아무곳이나 클릭하시어 원본 크기로 확대해 보시면 됩니다. 파일이 매우 커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http://125.251.187.101/map/my_280_plan.jpg
이 지도를 참고하시어 아래 주소를 누르면 나타나는 구간별 시간 계획표를 보시고 잘못된 부분이나 참고할 사항 등이 있으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http://125.251.187.101/map/my_280_plan.htm

불행하게도(?) 지원조 없이 완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마침 부산의 운객님이 전화를 주셨다. 운객님은 이번이 4번째 참가였고, 나와 쉰살 동갑내기였으며, 내 친구의 절친이기도 했고, 11명의 랠리 참가자와 다수의 지원조가 있는, (아 부럽도다,) 매우 활동적인 동호회의 리더급 주자였다. 운객님은 아주 풍부한 랠리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조언도 해 주셨다. 어쨌든 염치를 무릅쓰고 첫날 중식을 지원받기로 했다. 흐뭇~~~ 무게를 500g은 줄일 수 있게 되었구나.^^

훈련은 보름 동안에, 임도 130~140Km 3회, 조약돌님과 호흡 조절 라이딩 1회, 110Km 도로 라이딩 2회를 실시했다.
그런데 아뿔싸! 조금 무리한 탓인지,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목이 붓고 미열이 나고 기침이 심해지는데, 나보다도 곁에서 지켜보는 마누라가 걱정이 태산이다.
“걱정하지 마, 랠리 전엔 다 나을 테니, 그리고 랠리가 힘들면 지까짓 감기가 알아서 낫겠지, 지가 뭘 어쩌겠어.” 하고 호기도 부려보고 안심시키려 노력해 보지만, 마누라의 근심 어린 잔소리는 도통 그치질 않는다.
감기 덕분에 랠리 전날까지 1주일 동안 먹고 자기만 하면서 말 그대로, 푸욱~~~ 쉬었다.^^


4. 장비, 배낭, 식사 및 간식 계획

여울형님과 봄비님의 <280랠리 후기>를 몇 번씩 밑줄 쳐 가면서 읽고, 4번째 완주자인 운객님의 조언을 참고해 장비와 배낭 계획표를 작성했다.
일단 배낭 없이 완주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래서 안장가방과 꽤 큰 탑튜브가방을 활용하고, 나머지 필요한 일부 장비는 자전거 튜브를 잘라 끈을 만들어 자전거에 묶었다. 상당히 효과가 컸다. 우중 라이딩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토픽 M1 흙받이>를 주문했고, 급격한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해 저녁 라이딩 때에 입을 방수 방풍 쟈켓도 가져가야 했다. 쟈켓은 비닐에 포장해서 잡색에 넣고, 그것을 안장가방 밑에 매달았다. 튜브를 오려 만든 끈이 워낙 질기고 탄력있고 튼튼해서 자갈밭을 내달려도 끄떡없었다.

&nbsp;(아래 주소를 누르시면 나의 280랠리 준비물 목록을 볼 수 있습니다.)
 http://125.251.187.101/map/my_280_pre.htm



5. 드디어 사북으로 출발!

6월 25일 금요일 오전에 사북으로 출발한다. 이른 저녁에 사북에 도착해 짐을 부리고, 저녁을 먹고 샤워를 마치고 7시 30분부터 이부자리 깔고 누웠지만 잠이 올 리 없다. 그래도 마치 스님들이 면벽 참선하듯 눈 감고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시간을 시냇물처럼 흘려보낸다.
열흘 동안이나 감기로 고생이 심하신 소이농원님의 코골이 소리가 가끔 들렸다 멈춘다. 도로와 인접한 모텔, 그것도 1층인지라, 차 소음이 채석장 굉음처럼 크게 들리는 가운데, 언제부터인지 옆방에서는 아줌마들의 왁짜지껄한 떠드는 소리까지,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저 년들이 카지노에서 떼돈을 벌었나? 왜캐 시끄러?”
그렇게 오지 않는 잠 속에서도 깜빡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6. 6월 26일, 정선에서 사북까지 181Km

새벽 1시, 동시다발적으로 핸드폰 모닝콜이 울려대는 소리에 눈이 번쩍 뜨인다. 긴장한 탓인지 목이 조금 거북할 뿐, 나머지 감기 증세는 몽땅 땅 속으로 숨어든 기분이다. 이 정도면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이 든다. 하긴, 완주할 것을 의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랠리에 참가했으니 완주는 당연한 것이고, 문제는 얼마나 즐기면서 완주할 수 있느냐는 것뿐.
이젠 랠리를 즐기는 일만 남았다. 아자 아자 가자!!!

1시 30분, 짐을 꾸리고, 밖으로 나오니 가랑비가 내린다. 됐다. 오히려 이 정도 비라면 덥지도 않고 체력 소모도 적고 물도 적게 먹히고, 좋다. 라이딩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정선 공설운동장에 도착하니, 신난다님이 이미 배번을 받아놓고 기다리고 있다. 신난다는 밤을 꼬박 새워 대구에서부터 달려왔다. 잠을 자지 못해 눈이 반쯤 풀려 있는 모습이, 왜 사서 이 고생인가 싶기도 하다. 물론 사돈 남말하고 있는 소리다.
잔차를 내리고 1120번 번호표를 자전거에 달고 집결지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다.
4시 정각, 출발 신호가 떨어졌지만, 어차피 우리 팀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기로 미리 작정하고 온 터라 천천히 뒤에서 여유 부리며 따라간다. 참가자는 모두 566명, 여성참가자 14명, 최고령 참가자는 44년생(67살)이다.
앞사람에게 막혀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가벼운 페달링으로 몸을 풀면서 철교 아래 첫 임도 진입로에 다다르니 참가자들이 모두 멈춰 서있다. 출발부터 이건 라이딩이 아니다. 속도도 낼 수 없고, 추월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처녀 궁뎅이라면 다행이건만 그저 못생긴 앞사람 궁뎅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비참한 처지다. 거북이처럼 느린 속도로 앞사람 꽁무니를 쫓아 자전거를 끌고 갈 수밖에 없는 ‘꽉막힌’ 상황이 이어지면서 겨우 고갯마루에 이르니, 내리막길은 임도라기보다는 차라리 싱글에 가깝다. 앞의 누군가가 거친 돌맹이 다운힐을 타고 내려가지 못하고 끌고 내려가는 모양이다. 하긴 싱글을 타보지 않은 참가자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 이해심 많은 여유로운 사람처럼 보이려고 나름 노력하고는 있지만 심중에서는 슬그머니 배알이 뒤틀리기도 한다. 계속해서 멈췄다 가다를 반복한다. 중간쯤 내려오니 아래 도로에는 시원하게 질주하는 랠리 참가자들이 몇 명 보인다. 아, 부럽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앞줄에 서서 일찍 출발하는 건데..... 하지만 뭐 후회해도 이미 늦은 일, “그래, 완주에만 뜻을 두는 거야.” 다시 한 번 마음을 편하게 달래본다.

50분이 지나서야 남평리 임도 입구에 도착한다. 비로소 앞뒤로 공간이 좀 생긴다. 이제부터는 평이한 5Km 정도의 업힐이다. 평소 같으면 빠르게 치고 올라갈 만한 곳이지만 지금은 참아야 할 때다. 힘을 저축하듯 쉬엄쉬엄 오른다. 일행과 이런저런 정겨운 이야기도 나누고, 랠리 경험담도 들어가면서 천천히 오르는데 어느덧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솔밭이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진다. 아, 오길 잘했다. 역시 걷든 타든 언제나 山은 山이다.
그 상쾌한 기분이 달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지금까지 잘 참고 천천히 오르시던 소이농원님이 갑자기 힘을 쓰기 시작한다.
“소이형님, 오전에는 20% 힘 저축 시간입니다. 달리고 싶어도 참고 천천히 가시죠.”
나는 서둘러 제동을 걸어본다. 그래도 소이농원님은 오르막에서의 힘있는 역주를 잘 멈추지 못하신다. 하긴, 1100m 길이에 거의 20도 경사에 육박하는 평화의 동산을 쉬지 않고, 그것도 네 번, 다섯 번씩 오르내리는 분이니, 이런 평범한 업힐에서의 질주 본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그래도 내 마음에서는 걱정이 앞선다. 10일 이상을 감기몸살로 앓다가 이제야 정상적인 몸상태로 돌아왔는데..... 에구, 조금만 참아주셨으면 좋겠는데.....
나는 기본 계획대로 20% 힘을 비축하면서 천천히 오른다. 일이 너무 바빠서 훈련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신난다는 더 천천히 오르면서 몸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조약돌님 말처럼 라이딩 3년 경력이 공짜로 얻어진 게 아닌가 보다. 이제 1년 남짓한 나에 비하면 잔차로는 상당한 선배인 셈, 우리 일행 중에서 나이는 제일 어리지만 경력은 최고참 아닌가.
5시 30분, 업힐이 끝나고 평이한 시멘트 도로가 이어지는데, 이게 달리기에 그만이다. 거의 평속 28Km의 속도로 평지보다 즐거운 시멘트 임도를 내쳐 달려, 6시에 여량리 아우라지휴게소에 도착한다. 밀려갔던 시간이 단숨에 돌아온 느낌이다.
도로를 따라 구절리로 향한다. 중간에 슈퍼마켓이 있어, 힘은 남아돌지만 계획했던 대로 미리미리 간식도 먹고 포카리도 사서 보충한다. 구절리 레일바이크 승차장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남곡리로 이어지는 임도로 접어든다.
가는 곳곳마다 안내 요원들이 길을 알려주고 있고, 노면에 페인트로 ‘280’ 글자를 크게 써놓았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붙들어 매도 좋을 듯하다.
남곡리로 가는 임도는 그윽한 소나무들이 빽빽이 늘어선 숲속길이다. 강원도 산에는 참으로 나무도 많다. ‘외틀어지고 비틀어진’ 나무들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이 마치 ‘열병식하듯’ 길옆으로 도열해 있다. 남평리 임도에 비해 경사가 조금 심해서 가끔씩 엉덩이도 쉬어줄 겸 1~2분씩 끌바를 해준다.
7시 10분, <운장산 태경원>이라는 푯말이 보이는 정상 부근에 도착하고, 10분 뒤, 체크 포인트가 있는 임도 정상에 도착한다.
그런데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서 있는 것처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전혀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알고 보니 무인 체크포인트에서 펀칭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줄이다. 여기저기에서 불만이 쏟아진다. 그 중에는 짜증 섞인 불만도 있고, 웃자는 소리도 있다.
“우~ 씨~, 이게 뭐여, 이번엔 25시간 안에 주파하려고 했는데, 이따위로 운영해서 우찌 25시간 안에 들어가느냐구! 제기럴!”
물론 웃자는 농을 가장한 왕짜증의 우회적 표현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만의 농도도 짙어진다.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버킹검이다. 짜증낸다고 나아질 것이 없는 상황이기에 다들 이해하고 넘어가려는 분위기로 막을 내린다. 어차피 무인 체크포인트 아닌가! 짜증만 늘어날 뿐, 욕한다고 들어줄 운영진은 여기에 단 한 명도 없다! 우리의 신사 조약돌님은 스트레칭에 한창이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담스러울 만큼 신사적인 매너를 지니고 있다. 조약돌님에 비해 조금 못된 나는 멋진 주변 풍광을 카메라에 담으며 욕 나오는 기분을 허공으로 날려 보낸다.
20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체크 포인트에 구멍을 뚫고 남곡리로 다운힐한다.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어찌나 경쾌 상쾌 통쾌한지, 짜증스런 마음이 한 순간에 다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바람이 좋다. 바람은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릴 수 있지 않은가!
물레방아쉼터에 도착하니 여기저기 지원차량들로 붐비고, 아~~ 라면 냄새가 코를 찌른다. 마누라가 끓여주는 라면 생각이 절로 난다.
“아, 부럽구낭~~. 어디 나 좀 불러주는, 마누라를 대신할 예쁜 아줌마 없나요?” 크, 이루어지지 않을 꿈이다.

7시 40분, 쉼터를 지나쳐 42번 국도를 따라 구질구질 비를 맞으며 두 개의 고갯길을 넘어가니 아침을 예약해 놓은 임계, 뜨물처럼 멀겋게 생긴 맛없는 소고기 무우국으로 아침을 대충 때우고, 물을 보충하고, 첫 번째 난코스인 임계천을 향해 출발한다.
임계천 멜바 코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꽤 힘이 든다. 비는 구질구질 내리고, 미끄러운 큰 돌들을 쉼 없이 오르내리며, 멜바한 자전거에 치여 사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계곡을 따라 ‘하이킹’하는데, 뒤에 오는 사람들이 미끌어지며 비명인지 짜증인지 외쳐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아이쿠, 조심해요! 이런 젠장! 이 길밖에 없어?”
그런데 입이 거친 그 라이더들, 듣고 있자니 전부 김박사님, 이박사님들이다. 아, 박사님들도 힘이 드니 입에 가시가 돋치는구나.

임계천을 지나 드디어 임도 입구에 도착.
9시 20분, 배나무재를 향해 부드러운 업힐을 시작한다. 정선군청에서 제공한 코스 안내도에 따르면 배나무재까지 6.5Km인데, 평소대로 달리면 평속 15Km 이상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평이한 오르막길이다. 일단 업힐이 쉬우니 기분도 좋고, 금새 사북에 닿을 것만 같다. (아, 이 때만 해도 요런 행복한 착각에 빠졌었다 ㅡ.,ㅠ;;;)
어쨌든 힘을 비축해 가면서 힘들지 않게 배나무재에 도착한다.
쉬지 않고 출발하니, 길고 긴 신나는 다운힐이 이어진다. 신난다! 언제 어디에서 이런 기분을 다시 만끽할 수 있겠는가? 소이농원님과 조약돌님도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위험하지도 않고, 평지에 가까워 페달링할 필요도 없는 것이, 초급자 수준에 딱 맞춘 찰떡이다. 이처럼 맛좋은 찰떡은 보느니 처음이다. 초급자를 위한 환상의 다운힐 코스가 바로 이런 곳이 아니겠는가. 이제 막 스키를 배운 놈이 황홀경에 빠져 신나게 초급자 코스를 내려오듯, 잔차 초급자인 나도 이 길고 긴 괘병산 다운힐 코스를 마치 꿈속에서 스키라도 타듯, 그렇게 황홀한 심정으로, ‘신난다!’를 마음으로 외쳐대며, 춤추듯, 기분 째지게 내려온다.

11시 10분경에 고적대 샘을 지나고, 쉬지 않고 달려 1시 30분에 용산(늪등) 갈림길에 도착한다. 잠시 후 흉물스럽게 파헤쳐진 넓디넓은 채석장에 도착하니 9인승 차량 두 대 사이에 차양막을 쳐놓고, <MTB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플래카드도 걸어놓은 부산 지원차량을 발견하고, 맡겨놓은 아이스박스를 받아 점심을 먹는다.
식사 후, 야간용 라이트와 배터리와 파워젤, 쵸코파이, 영양갱, 파워바, 초콜릿 등의 간식과 야간용 방풍쟈켓을 안장가방과 자전거에 부착하고, 뭐에 홀렸는지 사진도 한 장 찍지 못하고, 정신없이 서둘러 2시 15분에 다시 출발한다. 하얗게 깨진 돌멩이 귀신이 붙기라도 했나 보다.
그런데 그 때부터 소이농원님의 무릎 주변에 약간의 이상 증세가 발생한다. 조금 속도를 늦추고 어지간한 업힐은 끌바를 위주로 무릎을 다스리며 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지나 보다. 결국 타이레놀 1000mg을 복용하고, 빨리 가지 못하는 대신에 쉬지 않고 꾸준히 간다.
감기몸살의 후유증이 나타나는 듯한데, 갈전삼거리 조금 못 미친 곳에 이르러서는 오금에도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시나 보다. 비상 의약품을 한 가방(?) 챙겨오신 꼼꼼준비박사 조약돌님이 즉시 가방에서 파스를 꺼내 붙여드린다. 그런 상황에서도 소이농원님의 표정은 밝고 힘이 넘치고 활달하기만 하다. 얼굴에는 조금도 아픈 기색이 없다.
4시 10분, 중봉리 마을 입구에 도착해서 계곡물에 잔차를 깨끗이 씻는다. 기분도 산뜻해진다.
4시 40분, 하장면 광동리에 도착해서, 몸을 적응시키느라 조금 늦게 도착한 신난다를 만나 함께 저녁도 먹고, 소이농원님은 약국이 없어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멘소래담과 파스를 구입해 임시 처방도 하시고, 식당 앞에서 기념촬영도 한 뒤, 5시 45분, 다시 출발한다.
광동댐 주변을 지날 때만 해도 평범한 오르내리막 경사에 즐겁게 타고 올라갈 만했는데, 이게 가면 갈수록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평화의 동산은 이제부터의 경사에 비하면 애들 놀이터 수준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아, 옛날이여~~!” 80년대 이선희의 노래 가사가 떠오르는 순간이 지속된다. 85Km에 이르는 괘병산, 청옥산, 중봉산, 갈전 임도는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이었고, 광동댐 이후부터는 지옥에 이르는 험로(險路)의 연속이랄까.
정상까지 9Km의 급경사 업힐을 오르는 것이 마치 제우스의 불을 훔친 죄로 끊임없이 산꼭대기까지 돌을 굴려 올리는 형벌을 받고 있는 시지프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끝이 없을 듯한 끌바의 연속된 길이 이제 비로소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시지프스처럼 1시간 동안 자전거를 낑낑거리고 끌어 산꼭대기에 오르면, 다시 자전거를 타고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브레이크를 잡으며 산 아래까지 지친 몸을 잔차 위에 얹고 도망치듯 내려와야 한다. 그러면 다시 또 나타나는 초급경사 업힐. 아, 쉼없이 잔차를 끌고 다시 업힐을 시작해야 한다. 무슨 죄를 졌기에 그 초급경사 오르막길을 메고 굴리고 끌고 하면서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는 것인지.
저녁 7시 20분, 마의 멜바구간에 도착한다. 워낙 급경사 다운힐을 내려온 터라 손끝이 저리고 얼얼한데, 이제부터는 자전거를 등에 메고 산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가야 한다. 비가 와서 길은 미끄러운 진창길인데, 경사는 왜 그리 심하고, 나뭇가지들은 왜 그리 자전거를 붙들어 잡는 것인지. 우리는 아직 해가 있을 때 오르고 있지만, 해가 지면 자전거를 등에 짊어지느라 라이트도 앞을 비출 수 없는 상태에서 이 험한 멜바구간을 어찌 올라갈 것인지, 별별 걱정스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밝을 때 올라가는 게 천만다행한 일이다!
오르면 오를수록 지쳐간다. 그래도 언제나 끝은 있는 법, 7시 50분, 드디어 멜바구간 정상에 선다. 지쳐서 후련한 기분도 들지 않는다. 아래로는 초급경사지에 고랭지 배추밭이 원뿔형으로 펼쳐져 있다. 경사는 왜 이리 심한 것인지, 두려운 마음까지 든다. 비가 내려 시멘트 도로가 미끄러운 것이 잔차 타고 내려가기가 무서울 정도이다. 게다가 내 애마는 이미 앞브레이크 패드가 완전히 닳아 없어진 상태이다. 아, 용태씨가 원망스럽다. 혹시 이런 상태가 발생할까봐 브레이크 패드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싶었는데,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말에 그만 반쯤 달은 패드를 그대로 장착하고 왔더니, 워낙 급경사 지대의 연속인지라, 패드가 그만 하룻만에 몽땅 닳아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도 이 급경사 지대에서는 뒷브레이크만으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결국 패드의 쇠 부분으로라도 로터를 붙들어 매는 수밖에 없다. 오른손 끝에 와닿는 브레이크 레버의 감촉이 요상하게 불쾌하다.
조금 내려가니 배추밭 관리 막사가 보이는데, 얼굴보다 마음이 훨씬 더 예쁜 한 아주머니가 나와서 랠리 참가자들에게 물을 대접하고 있다. “물이라도 대접해야죠.”라고 말하는 아주머니가 너무나 고맙다. 물맛도 환상이다. 1.5리터 PT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다시 다운힐하다가,
8시 10분, 도로를 만나면서 다시 업힐이 시작되는데, 이 도로 업힐이 또한 장난이 아니다. 아, 강원도의 힘이 느껴지는 도로이다. 그때까지 힘들지 않아 보였던 조약돌님도 이 도로 업힐에서는 다소 힘이 부치나보다. 자꾸 간식 타령을 하신다. 이제는 해가 져서 어둠이 짙게 깔린다. 라이트를 켜는데, 새로 사온 미국산 ‘나이트 라이더’가 고장이다. “이런 젠장,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도 별볼일 없군!” 하루종일 비를 맞으면서 결국 산 지 이틀만에 고장이 나버린 것이다. 그나마 국산 에어바이크 제품은 생생해서 다행이다. 라이트를 두 개 가져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머리털 곤두설 뻔했다.
힘들게 고갯마루에 올라 412번 도로와 만나는 다운힐에 이르면서, 라이트를 하나만 켜고 비가 오는 내리막길을 내려가려니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속도를 낼 수가 없다.
9시 정각에 안내 요원들이 불빛을 밝혀 좌회전하라고 알려주고 있는 ‘원일상사’ 앞 3거리에 도착한다.
아, 시지프스! 랠리에 참가한 라이더 전원이 결국 끌바로 오를 수밖에 없는 급경사 업힐, 대덕산 임도 정상까지 1시간 가까이 오르니, 급경사 자갈길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다. 뒷브레이크만 사용하면서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그래도 신나게 내려오니 기분이 과히 나쁘지는 않다.
하긴, 나는 끌바도 좋고, 다운힐도 좋다. 특히 끌바할 때는 등산 기분이 나서 더 좋다. 잔차를 타고 오를 때에는 라이딩에 신경이 쓰여 깊은 생각이 어려운데, 끌바할 때는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끌바할 때는 내가 마치 철학자라도 된 듯, 나와 내 가족, 내 주변의 자전거 동호회와 산악회, 그리고 인생과 세계에 대한 수많은 단상들이 조용히 머릿속을 배회한다. 그것이 나에게는 미친 듯이 산에 다녔던 지난날에 느꼈던 감정들처럼 가슴이 애틋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10시 10분, 백전마을 용소교에 도착하니, 역시 안내 요원들이 길을 알려준다. 좌회전하여 평이한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다리에서 간식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힘을 내서 초급경사 고랭지 배추밭 사잇길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놈의 배추밭은 왜 이리 경사가 심한지, 잔차를 끌어올리는 것도 힘에 부칠 정도이다. 게다가 하늘에서는 번개가 난리를 치기 시작한다. 쉼없이 번쩍! 번쩍! 벼락이 치는데, 나무도 별로 없는 고랭지 배추밭 길에서 벼락 맞아 죽은 귀신이 될까 싶어 버럭 겁이 나기도 한다. 혹시 내 인생에서 벼락 맞을 만한 잘못을 한 게 없는지 옹색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이 어째 온몸이 으스스하다. “번쩍!!!” 흐, 이놈의 번개!
빗줄기도 굵어지기 시작한다. 번개에 쫓기듯 힘든 줄도 모르고 급경사 오르막을 끌바하며 오르니, 밤 11시, 어느 순간에 싱글 입구에 도착한다. 선두에서 길을 찾아 가는데, 내 뒤에 언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 인파로 북적인다. 꽤 긴 싱글 끌바구간은 웃으며 시작해서 울면서 끝이난다. 처음에는 쉽지만, 가면 갈수록 경사는 급해지고, 미끄럽고, 힘들고, 짜증이 난다. 지칠 만한 11시 30분경에 드디어 힘겹게 산을 넘어 사북으로 이어지는 계곡 상류에 닿는다.
도로를 따라 사북의 스위스모텔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다된 시각, 피곤이 몰려온다.
대충 씻고 이미 깔려있는 이불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인다.


7. 6월 27일, 사북에서 정선까지 87Km

원래 조약돌님은 새벽 3시 30분에 출발하기로 계획했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기로 한 마당에 잠이나 푹 자고 가자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여 우리는 4시 40분에 출발한다. 신난다는 사북에서 간단히 샤워만 한 후 먼저 출발한 상태.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풀린다는 신난다의 신체 적응력이 부럽기만 하다.
화절령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는 평범하지만 우리는 수시로 끌바하며 올라간다. 소이농원님의 발 상태가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다같이 ‘설설 모드’를 작동시킨 상태. 덕분에 라이딩이 너무나 편안하고 즐겁다. 게다가 오를수록 등 뒤로 낮게 포복하는 산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 강원랜드는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마법의 성처럼 환상적이고, 어제 힘들게 넘어온 대덕산의 웅자는 구름 위로 우뚝 솟구쳐 있다. 마음이 그윽해지는 것이 ‘280 지옥랠리’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 모처럼 짬내서 멋진 풍광이 있는 강원도 산골 마을로, 어디 소풍이라도 나온 기분이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화절령부터 길이 조금 험해진다. 석탄더미는 길옆에 산처럼 쌓여 있다. 그리고 임도는 그곳부터 해발고도 1200m까지 줄기차게 올라간다. 끌바하며 올라가니 힘은 안 들고 생각만 무성해 진다. 운무에 가려 질운산과 두위산은 볼 수 없지만 상당히 높은 곳까지 올라왔음을 직관적으로 느낀다.
고갯마루를 넘으니 어제 괘병산 다운힐을 연상케 하는 호쾌 장쾌 상쾌 통쾌한 길고 긴 다운힐이 이어진다. 길도 달리기에 너무 좋아서 기본 속도가 35Km를 순식간에 넘나든다. 8Km쯤 내려왔을까? 눈앞에 앞산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펼쳐진다.
소이농원님은 사진도 찍지 않고 쉼없이 꾸준히 달려가시고, 나와 조약돌님은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주변 풍광을 눈과 마음에 담아 가기에 여념이 없다.
7시 10분, 아름드리 춘양목들을 벌목해 놓은 함백의 고랭지 배추밭 정상에 도착한다.
아, 가랑비 내리는 아침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감동으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피재의 배추밭과 광동댐 이주단지의 배추밭 등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오늘 아침의 이 배추밭 풍경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드넓은 산록에는 어린 배추와 어린 옥수수를 심어놓은 텃밭들이 마치 영국 초원 지대를 여행하면서 바라본 구릉지대처럼 넓고 정겹게 펼쳐져 있고, 그 뒤로는 구름을 마치 치마폭처럼 드리운 수줍은 색시 같은 강원도의 산들이 배추밭을 품에 안고 둘러쳐져 있다.
집 주위에서 볼 수 없는 낯선 풍경들은 이 땅에서도 이국적 정감을 한껏 자극한다.
전화를 걸어 신동에 있는 황태촌에 아침을 예약하고,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를 지나쳐 함백으로 내려가니, 내 자전거는 맛없는 진흙 고물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데, 소이농원님의 자전거는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너무나 깨끗하다. 그리고 누군가 무릎에 파스를 붙여주고 있다. 다른 팀 지원조로 오신 분인데, 소이농원님의 무릎에 붕대가 감긴 것을 보고 그렇게 친절하게 세차도 해 주고 파스도 가져와 붙여주고 한 것이란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을 위해 그렇게 마음을 다해 도와주는 분이 있다니, 어쩌면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이 그나마 살 만한 곳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감사합니다.”
우리 일행 셋이 다같이 그 분에게 인사를 한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침을 먹고 8시 10분에 신동을 출발해 고성터널 방향으로 진행한다. 신동 임도는 급경사 자갈길이 많다. 880m까지 자갈길을 터덜터덜 끌기도 하고 타기도 하며 올라가는데, 이틀 동안 내린 비로 길은 완전히 자갈길 아니면 진흙밭이다. 신발과 자전거에 진흙이 달라붙어 느낌이 둔중하다.
임도 정상 부근에서 대전의 전설적인 xc라이더인 봄비님과 하얀바퀴님을 만난다. 전국대회 우승을 거의 석권하다시피 한 봄비님과, 눈빛부터 매우 도전적인 느낌을 주는 하얀바퀴님을 만나니 영광스럽고 반갑기 그지없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그 멋진 모습을 동경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그 때부터 마차령을 거쳐 광덕리에 이르기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라이딩하게 된다.
그 둘은 사북에 어제 저녁 7시에 도착했단다. 우리보다 무려 5시간 앞선 기록이고, 사북에 두 번째로 도착한 기록이다. 대전의 바이키안 동호회원들이 못 가게 말리는 바람에 어제 출발하지 못하고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란다. 그 덕에 봄비님과 하얀바퀴님을 직접 보고 함께 사진도 찍게 되었으니, 봄비님에겐 안 된  말이지만, 바이키안 회원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10시, 마차령을 지나 광덕리에 이르기까지의 임도는 환상적인 돌탱이 자갈길이다. 너무나 신나는 길고 긴 돌탱이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다. ‘우당탕퉁탕’ 자전거 뽀사지는 소리를 드럼치는 소리처럼 들으며 리듬에 맞춰 춤을 추듯 내려가는데, 그 맛이 정말 죽인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쾌감이 등골로 짜릿! 짜릿! 스며드는 기분이다.
내 뒤에 오는 분이 소이농원님인 줄만 알고,
“와, 정말 죽이네요. 이런 자갈길을 어디서 또 만날 수 있겠어요? 너무 멋있어요.” 하고 큰 소리로 말하는데,
“그렇죠? 그렇죠?” 하고 대답하는 목소리가 소이농원님이 아니라 봄비님 목소리다.
에구, 공자 앞에서 문자 쓰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은 꼴이 되어 버린다. 이룬, 너무 쑥스럽다. 언제 내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나? 흐, 결국 고수의 앞길을 꽉 막고 개폼 잡고 내려온 꼴이니, 그 어찌 쑥스럽지 않겠는가?
어쨌든 신나는 돌탱이 다운힐을 끝내고, 엉덩이 사진도 기념으로 한 장씩 찍고, 조양강으로 가기 위해 포장된 언덕을 오르는데, 등 뒤로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자꾸만 뒤돌아본다.
막 내려온 골짜기 임도가 아스라이 산꼭대기부터 이어져 있고, 주변 산들은 구름 속에서 우뚝우뚝 솟구쳐 위압적으로 보인다.
고갯마루를 넘어 고랭지 배추밭이 넓게 펼쳐진 곳에 이르렀을 때, 내 애마의 앞브레이크는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완전히 박살이 난다. 브레이크를 잡지 않아도 패드의 쇠 부분까지 다 닳아서 “끼이익! 끼이익!” 로터를 긁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는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이다.
체인링과 체인과 스프라켓이 진흙에 떡칠이 되어 변속기가 말을 듣지 않은 것은 이미 어제부터의 일이다. 하지만 변속기 고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부 기어비를 사용하지 못해 비효율적이거나 불편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브레이크의 완전 파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길은 비로 인해 미끄럽기 그지없고, 마지막 남은 솔치재 임도가 초급경사임은 이미 답사 다녀온 팀으로부터 들어 익히 알고 있던 일, 아, 정말이지 걱정된다.
나는 일단 임시방편으로 렌치를 이용해 완전히 로터에 들러붙어 있는 패드를 억지로 벌려 떼어놓은 다음, 뒷브레이크만 사용하면서 광덕리 고랭지 배추밭 단지를 내려온다.
그리고 참가자들을 만날 때마다,
“혹시 여분의 브레이크 패드 좀 없어요?” 하고 묻는다.
그런데 아무도 없단다. 이룬!!!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소이농원님과 조약돌님에게, 먼저 가서 어떻게든 패드를 구해봐야겠다고 양해를 구한 다음, 일행을 뒤로 하고 속도를 내 달려간다. 조양강 도강하는 곳에 가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을 것이고, 설마 그들 중 누군가는 패드를 가지고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 아무도 패드를 가진 사람이 없단다. 이룬 된장!!!
나는 더욱 빠른 속도로 내달려 동강 합류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6대의 지원조 차량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친다.
“혹시 시마노 브레이크 패드 없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패드가 없어서 우리 회원도 교체해 주지 못하고 있어요.”
“없어요.” 하는 소리뿐이다.
절망적이다. 그럴수록 용태씨가 원망스럽고, 항상 가지고 다니던 여분의 패드를 오늘 따라 왜 빼놓고 왔는지, 내 자신이 더욱 한심하고 원망스럽다.
그런데 그 때, 저 쪽 승용차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한 참가자가 자기에게 여분의 패드가 있다고 손짓한다. 아,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재빠르게 앞브레이크 패드를 갈아 넣으니, 그제서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심이 되고 살 것만 같다. 휴~ 정말 다행이다.
아름다운 가수리를 출발해서 그림같은 동강변 도로를 달리는데, 근심이 모두 사라져서인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이 상쾌해지고, 힘이 넘쳐난다. 그 동안 비축해 두었던 에너지가 근육 속에서 꿈틀거리며, 곧 분출될 듯한 용암같은 힘이 느껴진다. 11Km의 동강변 도로를 신나게 달려본다.
오후 1시 10분, 드디어 해발 420m의 솔치재에 도착한다. 마지막 남은 초급경사 임도!
벌써 완주를 끝낸 신난다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솔치재 임도, 진짜 장난 아닙니다.”고 겁을 준다. 나는 소이농원님과 조약돌님에게 신난다의 말을 전달한다. 조금 긴장하는 분위기다.
솔치재 임도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초급경사 오르막길이다. 게다가 입구에서는 막아놓은 철책을 넘어가야만 하는 상황, 그 옆에는 무단 출입자에게 70만원의 벌금을 물린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완전 도둑질하는 기분이다. 여기저기에서 불평의 목소리들이 튀어 나온다.
“뭐 이따위 랠리가 다 있어? 이거 정신 나간 놈들 아냐?”
하지만 조약돌님은 언제나 안정되어 있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포용하는 눈치다. 그런 너그러움과 포용성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불평한다고 해서 그게 뭐 나쁜 일이겠는가? 불평하는 것도 자유요, 포용하는 것도 자유이니, 그저 화가 지나쳐 속이 상하지나 말고, 또 인내가 지나쳐 속이 상하지나 말면 좋은 것 아닐까?
오르막길에서 혼자 올라오는 참가자를 만나 길동무가 된다. 나이는 나보다 세 살 많은 쉰셋, 그분은 사북에 오늘 새벽 4시에 도착했단다. 허걱! 멜바구간에서의 악전고투를 이야기하실 때에는 코스개발자들에 대한 원망이 진득하게 배어나온다. 그 야밤에 멜바구간을 통과한 참가자들이 상당히 많았다는데, 서로 자전거를 잡아주고 올려주면서 ‘죽을똥을 싸고’ 산을 넘었단다. 어쨌거나 세상에는 대단하신 분들이 참으로 많다는 생각이 든다. 쉬지도 자지도 못한 채, 밤을 꼬박 새워 이 곳 마지막 임도를 통과하고 있다니, 존경스러운 마음이 저절로, 마치 봄날 쑥부쟁이 자라듯 뭉클하게 목구멍을 넘는다.
한 시간 남짓한 끌바 끝에 임도 정상에 도착하니, 평범한(?) 자갈길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다. 룰루랄라! 일행과 보조를 맞추며 빠르지 않게 내려오니 마지막 체크 포인트가 보인다. 그런데 체크용으로 매달아놓은 두 개의 펀칭이 모두 고장나 있다.
“에잇! 이게 뭐얏!”
낑낑거리며 고장난 펀칭과 씨름하는 참가자들로 둘러쌓인다. 나는 카메라를 들이대며,
“우리 그냥 사진으로 대신하죠. 자, 다 찍었으니 가자구요.”
우리 뒤에 도착한 팀은 카메라가 없다.
“야, 핸드폰 좀 가져와 봐. 내 건 이미 배터리가 다 나갔어. 우리도 핸드폰으로 찍고 가자.”
내려오니 공사장이다. 진흙으로 길은 엉망이고, 도강하면서 깨끗이 세차한 자전거는 금새 흙색으로 바뀌어 버린다. 정선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구간도 배추밭이다. 마치 고랭지 배추밭 농민들이 협찬이라도 한 듯, 가는 곳마다 배추밭으로 가득한 코스다.
지금까지 참았던 힘을 마지막에 분출해 본다. 시속 40Km의 속도로 도착지를 향해 돌진한다.
드디어 도착점!
신난다님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 찍을 경황도 없이 세차장으로 직행, 배가 고파서 세차를 마치자마자 읍내로 나가 삼겹살을 배부르게 먹는다.
나보다 내 애마가 고생이 더 많았다.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진흙탕 속에서 엉망이 되었다.

우리 일행 4명은 모두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가슴에 담고 전원이 280랠리를 무사히 완주했다.

함께 한 소이형님, 조약돌님, 앞으로 자주자주 보고 싶은 신난다, 모두 고생 많으셨고, 덕분에 아름다운 추억, 행복한 시간 함께 보낼 수 있어 너무나 좋았습니다. 내년 280랠리 때 다시 만나기를 바라면서, 조금 길었지만 <랠리 완주기>를 마칩니다.

큰형님을 비롯한 공주MTB 회원님들, 감사합니다. 무사히 완주하고 돌아왔습니다. 내년에는 10명쯤 팀을 꾸려서 같이 참가합시다. 자, 마지막으로, 공주MTB 파이팅!!!

280랠리 10-07-01 13:36
 
대전봄비님은 280랠리 전사 이십니다.
엠사모 운객님도 경험자이시고,
완주를 축하합니다.
12회때 또 뵙게된다고 하시니,좋은코스 셋팅해서 맞이하겠습니다. -독수리-
     
사내가내 10-07-06 11:35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험난한(?) 코스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버스점프 10-07-02 21:16
 
사진과 글이 어우러진 멋진 후기 잘 봤습니다.
랠리만 하시기에도 엄청 힘드셨을텐데 사진까지 찍어가면서 하시다니요...
동강 합류지점에서 도움이 되지 못해 송구스러웠네요. 다행히 옆에 계시던 다른 분께서 패드 도움을 주셔서 옆에서 능숙하게 갈아끼우시는 것 구경만 한 사람입니다. 일행분들 모두 무사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사내가내 10-07-06 11:35
 
감사합니다.^^
뽀글이의추… 10-07-02 21:46
 
사내가내님 안녕하세요? ^^
가수분교에서 브레이크패드 드린 젊은이입니다.
저도 하장면사무소에서 앞브렉 패드가 다 갈린지 알고 지원조를 통해 여기저기 수소문하다가
울진mtb 분들에게 구했던거였는데.. 막상 교체하려고 보니 1/3정도가 남아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나중에 갈면되겠지'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사내가내님 것이 되려고 그랬나봅니다^^
무사완주 축하드리고 멋진 글 잘 봤습니다.
내년에 랠리때 뵈면 인사드리겠습니다. 즐거운자전거생활하세요~ ^^
     
사내가내 10-07-06 11:36
 
ㅎ, 바로 그 분이었군요. 덕분에 솔치재 임도를 편안한 마음으로 넘을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전봄비 10-07-11 17:29
 
우선 완주 축하드립니다. 하얀바퀴는 주최측에서 주신 지도를 저는 사내가내님의 코스 분석표 하나만 가지고 참가했더랬습니다. 너무 치밀하게 잘 작성해주셔서요......정말 도움이 되었고요...... 중간에 만날 수 있어서 정말로 반가웠습니다. 사진도 감사드리고요...... 낸녀에도 또 뵐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