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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진천 280랠리 예정!
접수기간 : 2021. 5. 1 ~ 5. 15
대회기간 : 2021. 6. 26 ~ 6. 27
대회장소 : 충북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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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7-01 19:47
빗물에 젖은 열정의 땀, 정선땅에 꽃을 피우다(산성 MTB 동호회 후기)
 글쓴이 : 왕프로
조회 : 4,332  

빗물에 젖은 열정의 땀, 정선땅에 꽃을 피우다

                                                                                                              - 서울 산성MTB  왕프로 -

280과의 인연은 '08년 제천때부터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3번째 도전!  삼수생이다.

 MTB를 처음접하고 나서부터 랠리를 알게되었고  무작정 참여하였던 제천대회....  인등산 임도에서 저체온증에
동사할 고비를 넘기고 무사히 탈출, 무릎을 꿃었던 기억과 작년 양평때는 초반 진행이 빨라 느긋하게 낮잠을 자다
시간을 맞추지 못해 막판에 포기하고 말았다. (후기에 서론이 너무긴것 같아 각설하고)

올해는 랠리 일정에 맞춰 휴가까지 내고 준비를 한다. 잠도 푹자려고 계획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ㅠㅠ)

금요일 오후 3시경 우리 B팀 3명은 베이스 캠프로 마련한 사북의 하이원 리조트 콘도로 출발한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와 38번 국도를 갈아타 달리며 밤새 시작될 금번 랠리에 대한 기대감에 수다가 많아진다.

드디어 사북 콘도에 도착 마지막으로 개인별 베낭을 점검하고 자전거 상태를 세세히 살펴본다.
전투준비 끝! 
이제 저녁을 먹고 한숨푹 잘까하여 누워보지만 뭔가 원인모를 압박감과 기대감에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렇게 뒤척이고 뒤척이다. 새벽 2시 정선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다.

앞에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팀에는 지원조가 있다. 
바로 나의 집사람과 11살짜리 아들, 그리고 6살짜리 딸이다.
ㅋㅋㅋ 자청해서 지원을 해 주겠다고 하니 고맙기도 하지만  이들에게 괜한 부담감을 주는것 같아
미안하기만 하다.

집사람의 운전으로 정선까지 이동한 우리는 여느해와 마찮가지로 많은 인파가 정선공설운동장에 모여있는것을
보고 MTB마니아들의 열정에 세삼스레 놀라고 말았다.

우리 동호회 또다른 A팀을 만나 배번을 부착하고 먼저와서 준비해주신 삼계탕을 맛있게 먹는다.  국물이 진국이다.

정선의 새벽 기온이 서울과 비교해 약 8도 정도는 더 낮은것 같다.  우리는 초반 체온유지를 위해 우의를 입는다.
하늘에서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에 약간의 우려는 있었으나, 우중 라이딩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다고 자부하였기에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드디어 카운트 다운과 함께 출발한다. 오, 사 , 삼 , 이, 일 , 출발! "산성 화이팅!"
우리 동호회 전투조 5명은 이렇게 화이팅을 외치며 멀고 먼 대장정의 길로 흡수되어 사라진다.

처음 정선도심을 빠져나와 진입하는 낮은 산 입구.....  초입부터 많은 라이더들이 엉켜 도저히 달릴수가 없다.
재빨리 내려 끌고 올라간다.  난 뒤에 다 외친다. 
"절대 앞사람 추월하지 말고 내가 내리면 같이 내려서 끌라고...."
내 뒤에 영주, 그 뒤에 충성이 따라온다.
A팀은 어디 있는지 알수 없다.(하긴 그 분들이야 우리와 같이 갈 실력이 아니니 알아서들 가시고 있겠지... )
생각하면서 우리팀 3명만 챙기기로 한다.
 
짧은 산을 넘어 다운이 나온다. 노면이 좋지 않다. 조심해서 다운을치고 나오니 도로와 만나고 거기서 첫 체크를
받는다. 이어지는 도로를 신나게 달리다 보니 산이 나오고 그 산을 묵묵히 치고 올라간다.  물론, 중간중간 끌바를
혼합하면서 최대한 체력을 아끼려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조금 뒤로 쳐저서인지 무인체크 포인트에서 약 30분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운영진이 아닌 같은 랠리 참가자가 솔선수범하여 체크기로 체크를 해주고 있었다. 그 이름모를 그분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드린다. (솔직히 이때 조금 조급해 진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빠져나오니 구절리다 레일바이크가 유명한 곳이라는데 솔직히 레일 바이크는 보지 못했다.
큰 넓이재와 작은 넓이재를 넘어 임계로 들어오니 시장기가 느껴진다. 길옆에 조그만 기사식당에서
밥을 맛이겠 먹고 지체없이 출발하여 임계천 트레킹 코스를 넘어가는데 이건 정말 처음경험하는 라이딩 형태여서 재미있기도 하고 빗물에 젖은 하천바위에 미끄러질때는 입에서 육두문자가 지껄여진다. ㅎㅎㅎ

그렇게 빠져나온 트레킹 코스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리달려 드디어 시작되는 기나긴 임도 약 85km의 임도를 타야 그나마 사람구경할 수 있다니 부지런히 가야한다.
처음 업힐에서는 호기있게 타고 간다. 최대한 다리에 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기어를 조정하며 천천히 오른다. 오르다 오르다  지칠때는 자동 끌바로 전환한다.
뒤에 두 팀원도 잘 따라온다.
그중 충성이란 팀원은 올해 처녀 출전이다. 해병대 소속 현역으로 걱정했던 것 보다 더 여유로운 모습이다.
처음 접하는 280랠리에 대한 소감, 코스의 아름다움, 코스에 대한 불만, 자전거가 안나간다고 불만, 배고프다고
불만, 앞에서 너무 빨리간다고 불만, ㅋㅋㅋㅋ  이렇게 떠드는 소리가 마냥 즐겁게 들린다.  그 소리가 우리에게는
기나긴 임도라이딩에서 올 수 있는 지루함을 해소해 주었으리라.....

가다가다 배가고파 중간에 즉석식량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그때 옆에서 계시던 분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온 길이 아직 85km의 절반도 못 온 상태라 한다. 하지만 예상시간보다는 빠르다고 하니 조금 쉬엄쉬엄 가도 될듯하다. 지도를 보며
 "우리가 기추목이는 지난거죠? "  물으니
"아직 못왔는데요"  "ㅠㅠㅠㅠ"

그렇게 즉석식량으로 배를 채운 우리는 다시 진행한다. 비는  오는것도 아니고 안 오는것도 아닌듯  분무기로 시원하게 흩 뿌려주는 식의 비가 계속해서 내린다. 우의를 벗자니 몸이 너무 젖어 추울것 같고 입고 가자니 답답하고 후덥지근해서 불편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고민고민만 하다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운이 나오고 신나게 다운을 친다.  어느정도 내려왔을까?  뒤에서 "억!!!"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쓰러져 쓸려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충성이가 넘어졌다.
임도 바닥에 있는 젖은 돌에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넘어진것이다. 한참을 누워있는 충성이를 돌보며 뒤에 따라오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우측길로 피해가라며 소리를 질렀다. 도저히 피할 수 없었기에 위험한 상황이었다.
누워서 신음을 토하는 충성이를 보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봐라, 갈수 있겠냐? " 물으니
 "조금 아픈데 갈수 있습니다," 고 대답한다.
난 자전거를 살펴본다. 육안으로는 이상이 없다. (하지만 그때 드레일러 헹거가 휘어 그 다음부터 기어 트러블
로 고생을 좀 했다.)

조금 더 가다보니 채석장이 나오고....  그 아름다운 산에 채석장 이라니..... 솔직히 보기 좋지는 않았다.
필요한 만큼 채취하고 최대한 원상태로의 복구가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약 9시간을 달려 하장에 도착한다. 와이프와 미리 약속한 지원지점인 하장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니 
자랑스런 우리 와이프,  학교 사열대에 떡하니 캠프를 차리고 있다 ㅎㅎㅎㅎ(역시 아줌마의 힘이란...)
학교 관리하는 아저씨가 뭐라고 하길래 깨끗히 청소하고 가겠다고 약속했단다(모든 쇼부치는데는 아줌마가 한수 위다)
우린 지원조를 만났다는 반가운 마음과 아이들이 밝은 얼굴로 맞이해주는 모습에서 힘을 찾고  먼저 젖은 옷을 갈아입는다
이 다음부터는 야간 라이딩과  멜바구간 등  악천후속에 최고 난이도 높은 코스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그 만큼 더 준비가 철저해야 했다. 

옷을 갈아입으려 학교 내부의 화장실로 가니 학교 관리아저씨가 샤워실로 안내하시며 씻고 가란다.
(이런 고마울때가.... 샤워실로 들어가 물을 틀으니 거기다 뜻뜻한 물까지 나온다...  고마움에 눈물이 나려한다.
 얏호!!!)
덕분에 새벽부터 빗물에 차가워지고 더렵혀진 몸을 깨끗히 따뜻하게 씻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니 가쁜한 마음이 생긴다. 와이프가 준비해준 맛있는 김치찌게에 밥을 넉넉하게 먹고 에너지젤, 파워바 등 행동식을 넉넉히 챙긴다. 가방에 비상공구와 부속, 우의를 제외하고는 모두 먹을 것이다.  무겁기는 했지만 그래도 살아남기위한 최소한의 물품이니 생명과 같이 소중하게 다뤄야 했다.

아쉽지만 꿈만같은 지원시간이 지나고  어여쁜 아이들을 뒤로한체 와이프에게만 사북에서 만나자 새벽 3시경 들어갈것 같다고 말하고 출발한다. 광동저수지를 끼고 돌아들어가니 엄청난 끌바구간이 나온다. 여기서 부터는 아무생각이 없다. 도대체 이러한 상황에서 무슨생각을 하겠는가?  한숨한숨 몰아쉬는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만 나오고 한 자세로만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니 오른쪽 팔이 아플지경이다. 다리는 그냥 습관적인 직립 보행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해발 1200미터의 지구렁이 임도를 넘어가니 잠깐의 다운이 나오고 안개속 멀리서 빨간 불빛이 몇게 보인다.
사람들이 모여있다. 어느 동호회팀인지 리더격인 어느분이 멜바구간에 대한 주의사항을 전파하고 있다.
아~~  여기가 이도령 1관문 멜바 구간이구나 고개를 들어 보니 악!!  소리가 나온다. 어둡고 안개에 끝이 보이지 않는데 그 경사도가 장난이 아니다. 입구에는 벌목을 해놓은 나무들이 있어 밣고 올라갈수 는 있겠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아 두렵다.  자전거를 어깨에 들쳐메고 오른다. 자꾸 미끌어지는 발바닥이 원망스럽고 갑자기 세차게 내리는 빗물이 저주스러울 정도로 느껴진다.  어깨에 들쳐맨 자전거를 왼손으로 붙잡고 오른손엔 라이트를 들고 앞길을 비추며 오른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낮부터 많은 사람이 앞서 갔기에 길은 명확하게 구별이 가능하였다.

그렇게 오르고 나니 정상에 오르게된다. 먼저 오른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쉬고 있다. 내 뒤를 따른 팀원을 챙기며
왼발 뒤꿈치에 아까부터 살짝살짝 느껴지던 고통을 확인하니 뒷꿈치가 조금 까졌다.  이대로 가면 얼마 못가 심한 상처로 발전할 것같아 걱정이다.
 이것을 들은  옆의 어느 라이더가 이것을 발라보라며 바세린을 내민다.  정말 고마웠다.
무심코 한 말이었는데 가방에서 기꺼이 바세린을 꺼네 건네주는 그분에게서 후한 인심과 주위사람을 챙길줄 아는
무한한 포옹력을 느꼈다.  고맙다는 인사는 드렸지만 어느팀의 누구신지 여쭤보지도 못했다.  그분에게 다시한번 감사 드린다.

이도령 멜바 1구간을 그렇게 넘고 심한 콘크리트 다운을 조심 또 조심해서 내려오니 다음은 대덕산 임도가 우릴 지치게한다.
오르고 올라도 끝날줄 모르는 임도와 경사도에 우린 땅만보고 그냥 오른다.  이젠 서로 말도 없다. 지친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졸음이었다. 비도 오는데 이놈의 졸음은 나에게서 떨어질줄 모른다. 정말 미치겠다.  지난날 군대 교육시 100km 행군때 졸음의 공포를 느껴보고 정말이지 오랜만에 졸음의 무서움을 느낄수 있었다. 자전거를 끌면서도 조는 나의 발걸음은 정말이지 뒤에서 보기 안쓰럽고 불쌍하고 우스워 보였다고 한다.(나중 팀원들의 말)

그렇게 대덕산 임도를 넘어 마지막 관문인 이도령 2관문 멜끌바 구간만 남겨두었는데 피골입구로 넘어가는 도로상을 통과시 하늘이 심상치가 않다. 강한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세차게 내린다. 오늘 내린 비중에 가장 세찬 비였다.
도로를 달리면서도 앞이 보이지 않아 혼났고 온몸이 빗에 젖어 한기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머리위에서 내리치는 번개에 공포심이 느껴진다. 농담으로 "난 카본이여서 괞찮아 너힌 알루니늄이라 번게에 맞을 확률이 높다" 고 던지 말에 팀원들이 한심하다는 실소를 보냈던것이 생각난다.ㅎㅎㅎㅎ

그렇게 피골 입구에 다다르니 입구 나무밑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비가 세차게 내려서 피하는줄로 알았다.
그곳에서 함께 비를 피하면서 들어보니 계속진행할 것인지 아님 포기할 것인지를 의논하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도 잠깐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포기할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보고 말았다. 하지말아야 할 질문이었는데....ㅎㅎ
그 질문에 뜻하지 않게 영주가 잠깐 고민을 한다. 그때 우리의 충성이가 한마디한다. "지금까지 한게 너무 아까운데 여기서 그만두는게 말이 됩니까?" 그랬다. 나역시 포기할 맘은 조금도 없었다. 영주도 웃으며 "그래 가자!!!" 하길래 나역시 한마디 한다."여기서 그만두면 1시간안에 후회할 것 같다" 고.........


(그렇게 올라갔다. 묵묵히 .......  하지만 잠시후)


"이런 씨~부럴 자전거를 타라는 거야 자전거가 날 타는거야?"

"이 코스 개발한 사람은 이 코스를 타보고 정한거야 뭐야?"

"내 이럴줄 알았어.. 작년에 양평끝나고 코스가 쉬었니.. 280 수준 떨어진다니...  사람들이 입방정을 떨더만...
 올해는 아주 죽이는구나 죽여..."

"이러다 사람이라도 다치면 어쩔려고 그래"

"완주하면 뭐라고 한마디 해야 겠다"  등 등 등(뭐 약간은 순화된 용어로 표현하였지만....)

암튼 아마도 그날밤 운영진들 모두 귀가 간지러워 혼났을 것 같습니다. ㅎㅎㅎ

그렇게 이도령 2관문 멜바를 하면서 나무에 걸려 넘어지고 빗물과 함께 흘러내리는 흙에 미끌려 넘어지면서
용케도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건 또 뭔가요?

싱글이 시작되는것 같더니 도저히 탈수가 없는 싱글인 것이다.
거기서 부터 고토일까진가를 계속 끌고 들고 미끄럼까지 타며 내려왔으니(나중에 우리 마누라가 날 못알아 보더군...)
이건 사람이 사람꼴이 아닌 모습이었다. 나중에 내려와서 서로를 보며 웃고 말았다. 정말 땅을 치며 박장대소를 한다. 우린 그렇게 웃음으로 그 고통을 승화시켰다.  이젠 고통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일까? ㅋㅋㅋ

그렇게 사북에 도착하니 새벽 3시다. 5시에 출발해야 하는데 3시에 도착을 했으니 콘도에 올라갈 엄두가 안난다.
사북시내 김밥집에서 라면과 밥을 시켜 먹는다. 정말 꿀맛이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라면은 먹어 본적이 없다.
근데 영주녀석이 라면을 앞에 놓고 식탁에 엎드려 잠을 잔다. 피곤한 모양이다. 나도 대덕산 임도에서 졸음의 공포를 느꼈기에 그 고통을 말없이 지켜볼수 밖에 없다.

밥을 다 먹고 와이프한테 전화를 한다. 지금 콘도로 올라가니 잠자리 봐 놓으라고.....

"빨리 씻고 잠들 자라 대신 틀림없이 새벽 5시에 출발해야 하니 4시 40분에 기상이다. 알았지?"

"네!"  모두들 얼굴에 화색이 돈다.

콘도에 들어가 따뜻한 물에 씻고 들어누우니 그냥 잠이 든다.  나중에 와이프 말이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자더란다.


(그렇게 서서히 잠이 든다 ZZZZZZZ)


"정혁 아빠 일어나봐~~  어떻게~ 7시야~~"
"뭐?  뭣시?"
"7시야 미안해 나도 잠깐 잠드는 바람에ㅠㅠㅠ"
뭐라 하겠는가?  알람 소리를 못듣고 계속 곪아 떨어진 나의 책임이다.

"됐고! 저쪽방 팀원들 깨워!" 
그렇게 2시간이나 늦은 나의 머리속에 시간 계산이 시작되었다. 어짜피 5시에 출발하더라도 조식 1회, 중식 1회,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계산해서 5시 출발로 계획했던 것이었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가서 식사 없이 달리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되었다.

"지금부터는 휴식없이 진행한다.  우리 잘못이니 누굴 원망 할 수도 없고  잠을 못이긴 우리 책임이니 완주를 못하더라도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 팀원들에게 이 한마디만 하고는 하이원 리조트를 빠져 나온다.

춥다. 우의도 입지 않았다. 지금 상태에서 우의는 나에게 사치스런 껍데기 일 뿐이다. 올해는 무슨일이 있어도 완주하겠다는 결심이 여기서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날 더욱 채찍질 하고 있다.

화절령 입구에서 화절령 정상까지 한번도 내리지 않고 한번에 오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임도의 기나긴 다운코스는 바쁜 나의 심정을 헤아려 주는것 같다.

그렇게 빠져나온 화절령 임도를 거쳐 함백 전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를 수박 겉 핱기 식으로 스쳐 지나갔다.
잠깐 잠깐 본 기억으로는 굉장한 절경을 자랑하는 곳인 것같았다. 나중에 또 오리라(속으로 결심한다.)
예미에 도착한 우리는 짧은 도로 업힐을 타고 바로 유문동 임도로 접어든다. 하~  이 임도도 사람잡는다.
내 기억으로는 엄청나게 길었던것 같다. 거기다 밤세온 비에 땅은 다 파이고 물골이 나 사람이 오르는 것을 거부하는것 같았다.

거기다 뒤에 오는 팀원들간 간격이 점점 벌어진다. 잠시 멈춘다. 팀원 3명이 모두 모였다.
"완주 하려면 어쩔수 없다. 여기서 주저앉아 쉬면 완주가 안 되는 것이고 참고 가면 완주가 가능하다"
"어쩔수 없다. 그리고 펑크나 고장으로 진행이 어려우면 알아서 진행해라 나머지는 그냥 간다."
폭탄 선언이었다.
특히 경험이 없는 충성이한테는 무서운 경고로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극약 처방이었기에 이제와서는 이해를 바랄뿐이다.
비는 그칠줄 모르고 계속해서 내린다. 아니 흩뿌린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유문동 임도정상을 오르고 위험한 다운 코스에서도 우린 지체할 수 없다.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계속 뒤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돌 조심하고 앞뒤 간격벌리고 내 바퀴자국 보고 따라오라고"
그렇게 통과한 유문동 임도와 마치령은..........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큰 고비였던 것 같다.

다음에 이어지는 포장도로 머리재는 비교적 쉽게 오를수 있었다. 모두들 깡과 악으로 버티고 있다.
라이딩 속도가 마음에 든다. 업힐에서 힘을 쓸때는 나도모르게 기합소리가 절로 나온다. "읏차, 하나, 둘, 셋"
머리재 통과후 마을 안 삼거리에서 표식이 안 되어있어 잠시 지체한다. 마음은 조급한데 어쩔수 없다.
마침 마을분이 계셔서 물어본다.
"자전거 탄 사람들 어느 방향으로 갔었요?" 물으니
"여기서 오른쪽으로 돌아 산 밑으로 내려가면 강이 나오는데 거길 건너더란다"
우린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고 바로 출발한다. 그렇게 이도령 도강 코스를 넘어 조양강길로 접어드니 1시20분경이다. 아침 7시부터 6시간을 연신 달리고 있었다.  가방과 져지 뒷주머니에 챙겨온 행동식도 이젠 바닥이다.
달리면서 먹고 끌면서 먹고.... 파워젤을 얼마나 먹었는지 속이 미식거린다.

그렇게 조양강길을 가는데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빨리가야 솔치재를 넘어 골인할텐데 나는 계속 시간에 촉각을 세우며 달린다. 속도를 절대 줄일수 없다. 길가에 벌써 서울로 복귀하는 많은 동호회 팀들의 차량이 스쳐 지나가며 화이팅을 외쳐준다. ㅎㅎㅎㅎ(엄청 불쌍하게 보였을 것이다.)

조양강길에서 국도를 만나 다시 업힐을 한다. 이 업힐만 넘어가면 솔치재 입구다  어서가자 어서가자 자전거에 주문을 걸듯이 혼자 중얼거리며 달린다.
다행히 뒤에 따라오는 팀원들도 잘 따라온다. 모두들 고개는 땅으로 처박고 패달만 쳐다보며 기계적으로 패달질을 한다.

그렇게 도착한 솔치재 이것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제 코앞이란 생각이 우리에게 힘을 준다.  이젠 그 어떤 코스도 우릴 막지 못한다. 앞에 콘크리트 절벽이 나타난다하더라도 뚫고 갈 기세다.
마지막으로 화이팅을 외쳐보다 "산성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 3명의 화이팅 소리가 서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정선 시내에 접어들었다. 근데 방향감각이 이상하다. 이쪽으로 가야하는게 맞는것 같은데.... 옆에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본다
"아저씨 공설운동장이 어디에요?" 
".... 저기 다리 건너면 바론데요"  그랬다. 드디어 끝이다. 다 온것이다.
시계를 본다. 3시 18분이다.  시간내 완주를 한 것이다. 그것도 약 40분이나 남겨두고 골인할 수 있었다.

정선 공설운동장 앞 다리를 건너며 하늘을 본다. 문득 눈가에 뭔가 흐릿한게 고인다.
개인적으로 3수만에 성공이다.
뒤에 따라와주는 팀원들고 그간 연습하고 고생한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저기서 기다릴 와이프와 두 아이에게 결코 부끄럽지 않은 아빠의 모습을 보일수 있어 스스로 자랑스럽다.
그렇게 우리 3명은 나란히 골인하였고  검차를 마치고 완주증을 수령할 수 있었다.

"고생했다. 다 너희 때문이다. 잘 따라와줘서 고맙고 내가 의지할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
"고생하셨습니다. 시종일관 앞에서 댕겨주시느냐 수고했습니다."
"당신도 고마워..."
"축하해~~  드디어 완주했네...."
"아빠!  힘들었어?  내가 뽀뽀해 줄께... 쪽~"

공설운동장 사열대엔 우리의 밥상이 차려졌다. 새벽 3시에 라면에 밥말아먹고 꼬박 13시간만에 먹는 밥이다.
거기다. 8시간의 긴 라이딩을 마친 우리가 먹는 밥 맛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이었다.

"1,000 고지 이상 올라가면 경치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  구름에 덮힌 산속에서 자전거 타는 맛! 아마도 모를거야?"

모여 밥먹는 자리에서 난 입에서 밥풀이 튀어나갈 정도로 정선의 아름다운 산하를 두 눈으로 본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와이프도 신기하다는듯 듣는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운영자분이 한마디한다.
"그렇게 좋은데 함께 하시라고"

그렇다 미안하다. 혼자만 이런 좋은 경험, 운동을 하는 내가 미안해 진다. 얼른 와이프도 입문을 시켜야 겠다.

비록 36시간 동안 욕에 욕을 더해서 하긴 했지만, 뒤돌아 보니 정말이지 색다른 경험이었고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코스를 직접 현장방문하고 각종 표식기를 설치한 운영자분들의 고생이야 말로 다 하겠는가?  정말 이 자릴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솔직히 우리 11살 짜리 큰 녀석에게 "포기하지 않는 삶이 가장 훌륭한 삶이라고" 가르칠 명분이 되어준 이번 280랠리는  나와 우리 가족에게 좋은 추억거리로 영원히 남을 것 같다.

나와 함께해주며 지~랄같은 리더쉽을 충분히 맛보았을 우리 산성 MTB B팀 진영주(영주), 임우준(충성)님에게도 감사한다. 그대들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내가 거길 갈 수도 없었고 영광스런 완주의 기쁨도 맛볼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새벽에 정선으로 이동, 저녁지원, 잠자리 지원, 아침에 못 깨워 미안해 하고, 마지막 완주후 만찬을 준비해준 사랑하는 우리 와이프 정원아님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또,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  280랠리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중간에 욕을 한다면 나의 인격에 대한 욕일 것이고 나의 미천한 의지력에 대한 욕일 것이다. 그것을 이겨내면 그 욕이 칭찬과 찬송으로 되돌아 옴을 느낀 나는 280의 승리자라 자축한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내년 또 그 후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제 11회 280랠리를 35시간 22분만에 완주한 서울 산성MTB 소속 왕프로 씀


독수리 10-07-02 01:33
 
아~알겠습니다. 왕%님,ㅎㅎㅎ,
저희 본부석에 돗자리깔고 찌게에 진수성찬 차려놓고 잘생긴 아들녀석과 두청년과 사모님과 맛있게
 완주후 만찬을 드시는걸 보고  제가 맨트 날렸었죠~~~~
 욕하는 소리에 잠한숨 못자고 귀가 엄청 간지러웠습
왕프로 10-07-02 09:00
 
내년에 뵈면 귀청소하는 면봉이라도 한박스 선물해야 겠습니다.  본문에도 언급했듯이

그게 운영진에대한 욕이겠습니까?  모두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겠지요.....ㅎㅎㅎ
필승280 10-07-02 09:36
 
280랠리 준비하시고 B팀 이끌고 가신다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처녀 출전인데 완주까지 하게되서 감회가 더 남다른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저 별명은 충성 아니고 필승이였습니다. ㅋㅋ
충성은 남XX 계장꺼 였다는 ㅎㅎ

P.S 독수리님 아이디만 알고 있었는데 얼굴 몰라봤습니다 ㅎ
    담에 280가게되서 뵙게 되면 인사 드리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버스점프 10-07-02 21:01
 
제 눈에 눈물이 흐르려 합니다... 한 글자 놓치지 않고 잘 봤습니다.
부인에게 믿음직스러운,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왕프로 10-07-02 22:03
 
버스점프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블러그에서 제 사진 한장 퍼 왔습니다. 1195번 사진 정말 잘 나왔더군요
정신없이 타다보니 잠깐 휴식때 핸폰으로 찍은 사진이 몇장 안되서 사진에 목말라 있었는데
멋진 사진 정말 감사합니다.
지구별 11-07-09 07:48
 
정말 멋진 후기네요..

팀원들 챙기면서 독려하고 함께 끝까지 라이딩 하는 모습 정말 멋집니다..
저도 내년 280을 준비하려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