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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진천 280랠리 예정!
접수기간 : 2021. 5. 1 ~ 5. 15
대회기간 : 2021. 6. 26 ~ 6. 27
대회장소 : 충북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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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접속자 : 35 (회원 1)
 
작성일 : 10-07-03 17:36
아스라이 아스라이! 280랠리는 땀과 빗물을 가슴속에 안고 푸른 산하를 달렸다.......,
 글쓴이 : 머루
조회 : 4,711  
   서학철2.bmp (817.7K) [11] DATE : 2010-07-03 17:36:02

아스라이 아스라이!
280랠리는 땀과 빗물을 가슴속에 안고 푸른 산하를 달렸다.......,


나의 어머니 연세는 86세이시다.

언젠가 엄니는 나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세상 열심히 살아라’
‘그리고 남에게 악하게 하지 말고 강할려고 하지 말고, 너 자신에게만 강하거라’ 라고 말씀하신 그런 어머니이셨지만 280랠리 15여일을 남겨둔 시점에 어머니는 골반뼈가 부러져 건국대병원에 입원하시고 수술을 하셨다.

“엄니 괜찮으세요”
“응, 근디 내 몸이 왜 이런다냐!, 아파 죽겄다, 너무 아프다, 증말로 너무 아퍼, 몸이 움직이질 않아.......,”

수술 후 무통주사 처방 없이 통증의 고통에 힘들어 하시면서도 입술을 깨물며 참고 있으시는 엄니는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셨지만 바라보던 난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난 생각해 보았다.
이 시점에 280랠리를 출전해야 하는지......,

수술 몇일 후 엄니에게 넌지시 말씀드렸다.
“엄니 나 280랠리라고 있는데 거기 나갈려고 하는데요”

“280이란게 뭐하는 거다냐?”
“강원도 산에서 자전거 타는 거에요”

“아야, 관둬라 다칠려고 그러냐”
“아녀요 작년에도 가서 완주하고 왔는데요”

“요즘에도 마라톤 하냐?”
“예, 지금은 1년에 풀코스만 2번 뛰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고요”

엄니는 아무말씀도 안하신다.
어려서부터 자식들에게 입버릇처럼 ‘남에게 강하지 말고 너 자신에게만 강하게 살아가라’고 말씀하셨지만 정작 엄니는 수술로 인한 고통 때문인지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만 보고 계셨다.

나에겐 또다시 1년을 기다린 280랠리다.
2009년 제10회 랠리 중 뒤 드레일어 고장으로 인하여 모노기어로 힘들게 완주했던 기억, 그리고 완주의 환희와 기쁨........, 

그런 후 제11회 280랠리를 1년 동안 기다리며 몸과 마음에 준비를 하지 않았는가......,
꼭 가야한다. 또 다른 1년을 기다렸는데......,
이젠 내 나이도 40대 후반을 넘었으니 곧 50을 바라본다.
도전은 때가 있다. 지금 이 길을 달리지 않는다면 언제 또 달릴 수 있을까, 아니 평생 한 번도 못 달릴지도 모른다.

출전일 2010. 6. 26. 04:00 강원도 정선공설운동장은 제11회 280랠리 출전자 약560여명으로 북적인다.
출전자들은 비장함, 자신감, 두려움 등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어두운 새벽녘을 맞이하고 있다.
나라고 두렵지 않으랴, 10회 양평랠리보다 표고차가 더 높고 비 소식도 있고, 또한 어머니 수술로 인하여 작년에 비해 절반의 준비도 하지 못했으니.......,
 
모든 운동은 노력하고 준비한 만큼의 그 댓가를 반드시 준다는 사실을 오랜  마라톤을 통해서 익히 경험한 나였기에 두려움이 앞서고 있었다.

04:00시 출발전 어둠이 머물고 있는 먼 태백산하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둠속에는 짙은 구름이 비가 내릴 것을 예고해준다.
잠시 둘러보았던 운동장 옆에 있는 시비문 글귀가 다시금 떠오른다.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골지천과 송천이 아우라지에서 합쳐 이룬다는 조양강을 바라보고 있는 이곳 정선공설운동장 옆에 세워져 있는 고은 선생의 시비,

-<旌善아라리>-고은

아스라이 아스라이
星摩嶺 넘어
어이 돌아오지 않으리
그대 정녕
旌善아라리 넋이거든
千年歲月
이山 저山 메아리로
어이 눈부시게
돌아오지 않으리.......,

그래 난 이곳 태백․정선 280랠리에서 어떠한 고통과 난관이 나를 기다린다 해도 태백산하의 메아리가 되어 출발지인 이곳에 기필코 돌아오리라.........,

출발은 시작이고 희망이다.
힘차게 출발한 280랠리는 아무 꺼리낌 없이 질주한다.

땀방울이 온몸을 적시고 고비덕을 넘을 즈음 운무와 함께 비는 앞을 가리며 내리고 있다. 정상에 머금고 있는 운무는 내가 얼마나 높은 곳에 올라왔는지를 느끼게 해주고 앞으로 더 많은 산과, 끌바, 멜바, 도강을 해야 하는지 더욱 잘 알고 있는 나였기에 긴 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담는다. 그리고 이곳 태백산의 정기를 받아 울 엄니 다리 주물러 드려 꼭 낫게 해야겠다는 마음속 약속이 힘든 줄 모르게 나를 달리게 한다.

갈증이 나기 시작한다. 급수를 할려고 물병을 찾아보니 없다. 라이트 배터리를 물통케이지에 장착하고 물통은 가방옆에 넣었는데 나도 모르게 빠져버렸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초반 페이스 조절과 급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데, 이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임계까지 참고 달리자 그곳은 첫 번째 아침을 맞이하며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오아시스가 아닌가........

임계에 도착하니 더 많은 비가 내린다. 온몸은 땀과 비로 다 젖어 있고, 신발과 배낭은 물먹은 하마가 되어 무겁기 그지없다.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따뜻한 육개장 한 그릇 먹으니 추위가 잠시나마 사라진다. 못 마셨던 물을 허겁지겁 들이 키고 또 들이킨다. 그리고 흡수가 빠른 포카리스웨트를 가까운 가게에서 구입하고 배낭에 넣어 지퍼를 닫고 확인한다. 이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생명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나와 보니 더 많은 비가 내린다. 아직 갈 길은 먼데 이 비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문뜩 느껴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길을 또 달려야 하는데 이 비는 왜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걸까.........,

이제부터 임계에서 하장까지 끝없이 달려야 한다. 꼬부랑 할머니와 같은 길고긴 임도길.......,
싫증 나도록 업힐 다운을 반복한다. 지나가는 라이더와 잠시 동행도 해본다. 그리고 또 헤어지고 만남의 연속, 마치 우리네 인생과도 같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지루함에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 즈음 갈망하던 하장에 16:00경 도착했다.

연습 부족과 초반 급수 보충에 실패해서 인지 아직까지 몸이 회복이 안된다.
하장 도착하기 전 만난 신바람님과 근처 이름 모를 식당에서 이른 저녁 식사를 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온몸은 끈적거리고 잠도 온다.

그래도 목표는 하나이기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하장에서 사북구간을 향해 다시금 긴 여정을 시작한다.
이도령 1관문 멜바코스다. 길도 없는 산 정상을 향해 끝없는 멜바, 몸은 물먹은 배낭으로 인해 천근만근에 자전거는 너무도 무겁게 느껴진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나뭇가지에 몸은 긁히고, 가파른 숨을 내쉬며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더딘 걸음을 재촉한다. 그리고 문득 내가 이 고생을 왜 사서 하는지 되물어 본다.......,

이도령2관문인 끌바 코스를 거쳐 22:00경에 사북에 도착했다.
랠리 중 잠시 여유를 가지고 주변경관을 바라볼 수 있었다. 끝없이 펼처져 있는 태백산하, 가끔씩 보이는 외딴집의 풍경, 깨끗한 계곡물 등 아름답다는 수식어만이 가능하리라......,

시작이 반이라고 이제 이곳 사북에서 약1/3 가량만 달리면 된다.
사북에선 천둥 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갑자기 내렸다. 사북에서 짧은 밤을 보냈다. 그리고 새벽 04:00시 종착역인 정선을 향해 다시금 힘찬 페달을 시작했다.

어느 듯 마지막 관문 도강구간 두 곳인 240km지점에서 도강을 한다. 시원한 물줄기는 피로에 지친 내 두 다리와 심신에 지친 고통을 함께 흘러 보낼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찌들고 더러워진 내 몸과 마음을 이 맑은 강물에 씻어 버리리라 다짐한다.

이제는 도로만 따라가면 정선공설운동장일거라는 생각에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따라 힘찬페달을 또 한다. 힘도 절로 난다. 마음속에서 흥겨운 노래도 나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 아닐줄이야!!!
약3km 빨래판 임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끌바로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없어 보이는 마지막 업힐 길.......,

280랠리는 그리고 나서야 보상을 주고 있었다.
마지막 정상에서부터 정선공설운동까지 논스톱 다운길이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저멀리 보이기 시작한 공설운동장 280랠리 시작이자 종착지를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진다.
쉴새없이 헬멧을 타고 흘러 떨어지는 땀방울은 프레임을 뚫어버릴 것 같았고, 지친 몸은 나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지만 정신과 열정만이 나를 극복하고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280랠리는 운무에 쌓인 태백산하의 임계천, 고적대, 용산리, 이도령코스, 화절령, 조양강, 솔치재 등을 뒤로하고 31시간26분으로 완주했다.

정선의 조양강은 나의 지친 몸을 씻어 주었고,
태백산하는 나의 황폐해진 정신을 일깨워 주었으며,
280랠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약해졌던 마음을 강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출발전 보았던 한편의 정선아라리 시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아스라이 아스라이
星摩嶺 넘어
어이 돌아오지 않으리
그대 정녕
旌善아라리 넋이거든
千年歲月
이山 저山 메아리로
어이 눈부시게
돌아오지 않으리.......,


                                                                                                  2010년 제11회 출전배번 40번 서학철 글


독수리 10-07-03 18:19
 
어머님 말씀이 ...
  " 너자신에게 강하거라"

훌륭하신 교훈 이십니다.
완주를 축하 합니다.
독립군 10-07-03 19:21
 
미지원으로 완주하셨군요

31시간 26분 대단하시네요

빵빵한 지원받으면서도 34시간으로 들어와

부끄럽군요~~~
신바람1 10-07-04 00:29
 
머루(산마루)님!
함께 한 시간 즐거웠습니다.  오래도록 추억에 남겠지요?
시처럼 아름다운 글을 읽으면서 당시의 라이딩했던 모습을 다시 떠올립니다.
늘 건강하게 지내시고 어머님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머루 10-07-06 14:02
 
감사합니다.
보조장구에 의존하지만 혼자서 화장실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움직이십니다.
어머니의 정신력은  기적을 낳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내년 랠리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