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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삼척 280랠리 접수
접수기간 : 2019. 5. 13 ~ 6 .2(마감!)
대회기간 : 2019. 6. 29 ~ 6 .30
대회장소 : 삼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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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27 22:10
나의 280랠리 완주자랑기 1
 글쓴이 : 사하라
조회 : 430  

울산 280랠리 완주했습니다. 고수는 아닙니다. 고수가 되고싶긴 하군요.

참가 햇수로는 오래된 라이더입니다. 완주횟수가 많구요. 실패한 적도 있습니다. 경험이 많다고 잘타는것도 아니지만 심리적으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번 대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연초에 무릎을 다쳤습니다. 전방십자인대파열이라는군요. 한동안 자전거는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걷기도 힘든데...

살도찌고 할 일도 없어서 사월달부터 조금씩 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280을 의식해서 수술하지 않았습니다, 완주는 못하더라도 참가는 꼭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한 석달 쉬는동안 술도 좀 늘었습니다. 삶이 무료하고 우울하더군요.

아프면 하루이틀 쉬면서 조금씩 거리를 늘려갔습니다. 산도 조금씩 타기 시작했습니다. 일정이 가능한 랜도너스 두 개를 골라 춘천400과 대구400을 완주했습니다. 몸이 올라오는게 느껴졌습니다. 몇 년간 65키로 정도 유지하던 체중은 70 언더로 떨어지진 않았습니다. 스퀏이나 로라는 꿈도 꾸지 못해서 마일리지 쌓는데 주력했습니다. 4월달에 800 5월달에 1600 6월달에 750키로 정도 탄거 같습니다.

대회전 한주는 푹 쉬는 것으로 자전거를 정비하고 인터넷으로 답사기를 읽었습니다.

집사람이 당신 정말 큰일인데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말에 어지간하면 포기한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대회전날 집에서 한시쯤 출발했는데 길을 잘못들어 대회장에 삼십분전에 도착했습니다. 춘천때 함께 완주했던 트리니티가 보이더군요. 너무 반가웠습니다. 같은 개인참가자인데 예전엔 독립군이라 그랬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중에 출발신호가 왔습니다.

이 순간이 좋습니다. 제가 280 머리를 처음 올렸던 그때 새벽이 기억났습니다. 빨간 후미등 불빛이 길게 이어지고, 웅웅거리며 바닥을 긁는 트레드 소리사이로 터질듯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교외로 빠지는 길을 따라 요란한 개구리 울음소리가 귓청을 때립니다. 누군가의 열정과 누군가의 희망과 누군가의 결의가 한 순간도 거짓 없는 시간입니다. 새벽비가 함께하면 비장미 끝장인데 요즘은 그맛이 없어 좀 아쉽네요. 기우제라도 할 판...

예상보다 빠르게 긴 업힐이 시작됩니다. 신불산 맬바가 시작되고 무릎이 영 불안해서 조심스럽게 오르지만 조금씩 통증이 옵니다. 너무 무릎을 의식해서 엉거주춤 오르다보니 정상을 다와서 허벅지가 이상해지더군요. 다운힐을 하려는 순간 다리가 완전히 잠겨버렸습니다. 쥐가 심하게 내렸습니다. 억지로 데크 광장까지 온후 자전거를 던져 버렸습니다. 마침 대회 관계자분이 가지고 계신 근육이완제 한 알을 얻어먹고 쉬지만 도저히 회복이 되지 않더군요. 너무 어이없고 허탈해서 멍한 정신으로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아마 보신분들도 계실겁니다.

길게 이어지며 내려오는 선수들이 보기 싫어서 아예 등을 돌리고 누워버렸습니다. 쉽지 않을걸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끝나게 되니 납득이 되지 않더군요. 근육이완제 한알을 더 얻어 입에 털어넣고 주위 경치에 눈을 돌리니 마음이 가라앉더군요. 멋진 풍경입니다.

이왕 포기하는거 남에게 모습을 보이기 싫어 행렬이 끝나길 기다립니다. 생각보다 긴 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멀리서 한 분이 홀로 쩔뚝거리며 내려오더군요. 장경인대염이랍니다. 둘이서 쩔뚝거리며 지나간 흔적에 어지러운 길을 아무도 없이 걸어내려옵니다. 이렇게 된거 출발지가 멀지 않아 돌아가기 쉽겠다는 생각에 흐뭇한 기분마저 들더군요.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걷다가 잔차에 다시 올라타 느리게 속도를 붙입니다. 그러다 갈래길이 보이더군요. 한쪽은 복귀길 한쪽은 코스진행길, 젠장할... 길이 너무 깨끗했어요. 작별인사를 하고 별다른 고민없이 길을 선택합니다. 혼자만의 랠리가 시작된거죠. 아무도 없는 임도를 달리다보니 호젓하게 놀러나온 기분도 들고 긴장감따윈 개나 줘버려 모드가 돼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때까지는...


                                                                                                         생각보다 길어 내일 또 쓰겠습니다.

 

[이 게시물은 280랠리님에 의해 2018-06-27 22:30:51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옥천 18-06-27 22:48
 
투혼의  완주 축하드리며.
기록의 아쉬움도  남을 듯 합니다.  다음편을  고대하겠습니다.
사하라 18-06-27 23:12
 
옥천님은 불운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쓰려는 내용은 운칠기삼입니다.
상심마시고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열정 18-06-28 12:05
 
내용들이 저랑 비슷하네요ㅋㅋ 고생하셨습니다...저도 새벽 4시 출발하면서부터가 가장 설레고 좋은 것 같아요..
     
사하라 18-06-29 10:57
 
역시 280의 백미는 그거죠^^
블루엠티 18-06-28 15:00
 
누군가의 열정과 누군가의 희망과 누군가의 결의가 한 순간도 거짓 없는 시간...
저도 그 순간에 함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위안이 됩니다 ^^
다음 이야기를 기둘립니다.
     
사하라 18-06-29 10:58
 
감사합니다. 글 올렸는데 잼 있었으면 합니다.
MiSO60 18-06-30 09:16
 
280 랠리에서 얻을 수 있는 저 멋진 사진....
굿입니다.
     
사하라 18-07-02 11:56
 
그 맛에 타는 거죠^^